클림트와 말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들어보셨을 아터제 호수.
저는 요즘은 오스트리아에서 살고 있다는 걸 따로 얘기하는 것이 어색할 정도로 오스트리아라는 나라는 고향같이, 내 나라같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뿌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았지만요.
인스부르크에서, 비엔나로, 지금은 잘츠부르크에서 14년째 오스트리아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살고 있어도 제 직업 특성 상
관광객들에게 유명 관광지의 안내를 많이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정표 상의 그곳으로만 늘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저에게도 어쩔수 없는 쉼표 같은 시간이 오게 되었습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모든 것이 정체된 코로나 팬더믹의 시간.
잠깐 동안의 방황을 뒤로 하고, 분명히 여행의 삶은 계속 되기에, 제가 살고 있는 잘츠부르크의 근교 명소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잘츠부르크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 잘츠캄머굿 호수 중 가장 큰 아터제 호수 (Attersee)로 와 보았죠. 방문은 초가을에 했지만 이제서야 글을 정리하게 되네요.
대부분 잘츠에 오시는 관광은 모짜르트 어머니의 생가가 있는 장크트 길겐이라는 곳으로 가서 볼프강 유람선을 타는 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언제나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그곳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아름다운 경치이기에 다들 넋을 잃고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도취되는 시간을 갖습니다.
우리에게 아터제 호수는 클림트가 사랑한 휴양지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손님 없이 홀로 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역시 직업의 짐을 내려놓으니 마음의 여유와 자연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볼프강과는 또 다른 고요한 매력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아터제 호수 (Attersee)는 독특한 청록색 빛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코발트 또는 옥색이라고 해야 할까요?
클림트의 아터제 호수 그림도 이런 색깔이 보이는데 그 보다 더 영롱한 듯한 예쁜 민트 색이 보입니다.
그는 아터 호수에서 호수를 배경 삼아 여러 풍경화를 그렸는데 그의 마음이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영혼마저 평안했을 것 같아 그림을 보는 제 마음도 물결 위를 사뿐히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하는 평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클림트의 유명한 작품인 ‘키스’, ‘유디트’, ‘물뱀’ 등은 황금색을 많이 이용해 강렬하고 화려하고 자극적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이 작품은 클림트의 전혀 다른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연은 변치않는 가장 좋은 그림의 소재가 되어 자신의 복잡한 내면의 세계가 아닌 있는 그대로를 담기에 여유로움과 따뜻함 마저 느껴집니다. 이성보다 감성에 더 가까이 접근한 이 그림을 보면 클림트는 오히려 섬세하고 여성적인 성향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아터제 호수 에서의 클림트는 그의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그건 바로 사랑하는 여인, 에밀리와 함께 였기때문일 것입니다. 영감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예술가의 입장에서, 의류업에 종사했던 에밀리는 클림트에게 연인이라기 보단 뮤즈로서의 일반적인 여성 이상의 무언가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클림트는 에밀리 가족과 함께 1900년부터 1916년까지 거의 여름마다 아터 호수에 휴식을 취하러 가서 풍경화를 그립니다. 그에게 아터 호수는 진정한 휴식처 이상의 의미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제 사견입니다만, 클림트의 가장 유명한 그림인 “키스” 의 배경색도 위에 언급했던 황금빛 인데요, 잔잔한 호수 물결 위로 아침 햇살이 고개를 들었을 때 수면 위에 비춰지는 황금빛 물결의 모습도 상상해 봅니다.
황금빛 아침을 맞이하던 클림트가 느꼈을 에밀리와 함께함의 벅차오르는 풍요로운 감정은.. 사랑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요..?
자신의 감정을 말이 아닌, 글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하는 화가의 집장에서, 모르긴 몰라도 클림트의 사랑은 성공한 것 같습니다. “키스” 그림 안의 남녀 두 사람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황금빛 안에서 두 사람만의 감정을 눈부시게 빛내며 보여줄 것입니다.
또한 아터호수는 오스트리아의 위대한 음악가 중의 한명인 구스타프 말러의 여름 휴양지였습니다
클림트보다 먼저인 1893년부터 1896년까지 여름마다 찾아와 호수 바로 앞의 오두막집에서 작곡을 했다고 하는데 말러가 사용했던 피아노가 아직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역시 자연이 주는 영감으로, 자연을 느끼면서 작업을 했을 것 같아요
이곳에서 그는 6곡의 가곡과 2개의 심포니를 완성합니다. 하지만 말러는 클림트와는 다르게 아터호수 시간 이후에 비엔나 사교계의 여왕 알머를 만나 그 이후로 아터호수 방문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말러와 알머의 사랑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통해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재밌는 이야기이니 꼭 읽어보세요.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8404346&memberNo=4568479
클림트, 말러처럼 미술이나 음악을 하는 예술가는 자신의 환경으로부터 크고 작은 영향을 받습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사소한 부분에도 굉장히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많다고 생각되구요. 창작의 고통을 느꼈을 그들의 몸과 영혼의 안식처는 바로 자연과 사랑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또한 이별의 고통으로, 아픈 사랑으로 그들을 헤어나올 수 없는 나락과 좌절에 빠지게 한다면 자연 만큼은 항상 엄마의 품처럼 그들의 지친 마음과 몸을 따스히 안아줬을 겁니다.
이런 면을 다분히 예술가들만의 생활에 뿐만이 아닌 평범한 우리의 생활도 마찬가지겠죠. 인간은 누구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뇌어 봅니다.
오늘은 오스트리아의 미술과 음악의 거대한 거장인 클림트와 말러가 사랑한 아터 호수에서 오스트리아 현지인들이 더 애정하는, 스토리가 있는 아터 호수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아터 호수를 방문하시는 분에게 추천 드리는 2군데의 장소가 있는데요, 클림트 기념관은 잘츠부르크에서 기차를 이용해 이동 가능하지만, 말러의 흔적을 느끼고픈 분들은 택시 또는 렌터카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주소 같이 첨부하겠습니다. 이 외 궁금하신 점은 얼마든지 문의하기를 통해 연락 주세요!
Gustav Klimt-Zentrum (Museum) – 구스타프 클림트 젠트룸 (박물관 형식의 작품 전시관)
Hauptstraße 30
4861 Schörfling
Gustav-Mahler-Komponier-Häuschen (구스타프 말러가 작곡했던 집)
Seefeld 14
4853 Steinbach am Attersee